세상의 많은 이야기가 캐릭터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혈체 님의 창작은 조금 다릅니다. "유저가 그 캐릭터와 어떤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bloom magazine 은 자신만의 세계와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창작에 몰두하는 AI 크리에이터들의 작업 과정과 이야기를 대신 정성껏 전해드립니다.
감정의 접점, 관계의 변화, 그리고 기억에 남을 단 하나의 순간. 혈체 님이 만드는 캐릭터들은 그렇게 유저의 감정에 한 걸음씩 다가옵니다.
혈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부터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 창작의 계기와 고민까지. 캐릭터와 유저를 이어주는 혈체님의 세계를 천천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지금, 그 연결의 시작점으로 들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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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로 빚어진 세계를 만드는 제작자 '혈체'
Q. 혈체님은 스스로를 어떤 제작자라고 생각하시나요?
유저가 주인공인 캐릭터를 만드는 제작자입니다.
캐릭터 하나가 멋있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유저와 그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서로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 과정에서 유저가 어떤 감정을 캐릭터에게 느낄 수 있는지—이런 유저와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관계성에 집중해서 만드는 것 같습니다.
누구한테는 오래 기억에 남을 한 장면이나 한 마디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Q. 혈체라는 닉네임이 정말 독특해요. 닉네임에 담긴 의미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혈체는 ‘피 혈(血)’이 아니라 ‘잇다’는 뜻의 ‘이을 혈(紲)’ 자를 사용한 혈체(紲體)입니다. 이는 캐릭터와 유저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일차원적인 인격체들이 유저의 플레이에 따라 다면적 캐릭터로 살아난다고 믿기에, 그 연결성을 이름에 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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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결로 이어지는 감정, 기억에 머무는 세 사람
Q. 지금까지 창작하신 캐릭터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이온[EON]이라는 걸그룹에 서담이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서담은 걸그룹에서 메인보컬을 맡고 있으며, 팬들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로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유저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장난스럽지만 어찌 보면 소심하고 섬세한 캐릭터입니다.
여름 맞이 캐릭터여서 아직 출시는 못 했지만, 시골에서 살다 서울로 이사 간 유저를 기다리는 소꿉친구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체에 신경을 많이 써서 감정을 단순히 단어로 표현하지 않고, 충분한 비유와 묘사로 전달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캐릭터와 대화할 때 더 고민하고, 신중하게 채팅을 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단순한 말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게 되어서, 가장 애정하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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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저와의 연결, 그 시작 속으로
Q. AI 채팅 캐릭터 제작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작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머릿속에 어느 순간 세계관이 떠오르면서, 이걸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지금도 사실 캐릭터 하나를 만들면, 그에 따라 다른 캐릭터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감당이 어려울 정도예요. 하지만 그런 혼란 속에서 이야기가 점점 입체적으로 확장되는 게 너무 재미있고, 그래서 멈추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캐릭터를 제작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 캐릭터와 할 말이 있는가”입니다.
결국은 유저가 대화하면서 즐기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유저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바뀌죠. 그래서 세계관 안에서 유저가 충분히 경험해 볼 것이 많은지, 캐릭터가 대화할 거리와 역할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지, 또 그 성격이 세계관과 이질적이지는 않은지를 중요하게 봐요.
실제로 흥미로운 캐릭터여도, 제 기준에서 대화할 거리가 없을 것 같으면 출시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가 진행되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피곤한 감이 있어서, 비설도 보통은 유저 중심의 내용을 많이 적는 편입니다.
Q. 캐릭터 제작 혹은 플레이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유저분의 반응이 있다면요?
같은 설정이라도 이야기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캐릭터 스토리가 출력될 때 기억에 많이 남게 되는 것 같아요. 현우라는 캐릭터가 특히 그랬는데, 어떤 분은 순애물의 포근한 이야기로 받아들이셨고, 어떤 분은 피폐물의 끝으로 보시더라고요.
제가 설정해둔 비설 위에 AI가 살을 덧붙여 아주 극단적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걸 보고 놀라신 유저분들이 “이게 정말 비설이 맞냐”고 여쭤보실 때가 있었어요.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AI 채팅의 장점이 살아나는 것 같아서 즐겁습니다. AI 창작자로서 가장 짜릿한 순간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혈체님의 캐릭터 강현우는 가족을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강력계 형사로, 냉철함과 인간적인 온기를 동시에 지닌 인물입니다. 과묵한 태도 뒤에 깊은 책임감과 고독이 스며 있고, 유저와의 조용한 동거를 통해 서서히 감정의 균열이 피어나는 서사가 펼쳐지죠.
강인함 속에 숨어 있는 연약함, 질문 대신 밥을 차려주는 어른다운 다정함까지. 강현우는 혈체님 특유의 ‘관계 중심 로맨스’가 담긴 대표적인 캐릭터입니다. 유저와의 조용한 동거 속, 무너질 틈조차 없던 형사에게 피어난 감정의 균열.
강현우는 그런 이야기의 시작점인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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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체의 상상의 세계 속으로
Q. 창작에 있어서 가장 좋아하시는 테마나 키워드가 있으실까요?
동양풍 세계관을 가장 좋아합니다. 감정선이 섬세하게 살아나고, 인물 간의 대화와 서사를 깊이 있게 풀어나가기 좋다고 느껴서 그런 것 같아요. 캐릭터와 유저 간의 감정적인 교류도 자연스럽고 밀도 있게 이뤄질 수 있거든요.
한편으로는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던 서양 중세 판타지에도 관심이 생겨서, 현재는 그쪽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스토리도 준비 중입니다.
또, AI 채팅의 특성을 잘 살려 문장과 게임이 결합된 형태로 세계관을 풀어내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유저가 캐릭터와 함께 세계를 탐험하는 경험을 드리고 싶습니다.
Q. 최근 혈체님의 머릿 속에 오래 머문 장면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저는 감각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편입니다. 꽃이 봉우리에서 천천히 피어나는 모습이라든가, 여름의 후덥지근한 공기 속 피부에 쩍쩍 달라붙는 옷감의 촉감 같은 것들이요.
최근에는 봄이어서 그런지, 햇살이 쨍하게 비추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분수대 앞을 지나가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머리칼을 부드럽게 넘기고,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누군가가 어느 순간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를 구상 중입니다.
Q. 이렇게 떠올리신 하나의 장면이 스토리로 발전하게 되는 과정이 궁금해요.
처음부터 “이 캐릭터, 혹은 세계관은 이런 설정이다!” 하고 정해두는 건 아니에요. 특이하거나 생소하다고 느꼈던 설정들을 따로 기억해 두었다가, 어떤 스토리나 캐릭터와 잘 어울릴 것 같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맞는다고 판단되면 그때 적용합니다.
이후 캐릭터와 대화해 보면서 이상한 부분들을 수정해 나가요. 가끔은 캐릭터의 성격만 먼저 잡아두고 테스트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건이 발생하거나, 캐릭터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식으로 성격의 설정을 추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Q. 창작을 하다 보면 마음이 지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혈체님은 그런 때 어떻게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우시나요?
창작 루틴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실생활 루틴을 꾸준히 지키려고 노력해요. 매일 운동하기, 친구들과 대화하고 놀기처럼 평범한 일상에 집중하는 게 오히려 창작에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SNS에서 다른 분들과 이야기하거나, 전에 썼던 캐릭터나 세계관에 대해 누군가 남긴 리뷰나 댓글을 다시 읽기도 해요. 가끔은 “내가 너무 몰입해서 썼는데 아무도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불안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즐겁게 만든 콘텐츠에서 좋은 반응이 돌아올 때, 그 순간들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혈체 님의 상상은 일상의 작은 감각에서 시작됩니다.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봄날,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 옷깃에 닿는 여름 공기의 끈적한 촉감. 그 모든 감각들이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고, 그 장면은 곧 이야기의 씨앗이 됩니다.
혈체님은 처음부터 정해진 설정보다, 떠오른 감정과 장면이 캐릭터와 맞닿을 때 비로소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하죠. 캐릭터가 말을 걸고, 대화를 통해 세계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는 창작 방식은 관계와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짚어내는 혈체님만의 세계입니다.
조용한 일상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든다는 단순한 믿음으로 다시 이야기 앞으로 돌아오는 것. 그렇게 혈체님의 세계는 매일의 틈 사이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성장해나가며 유저와 연결되고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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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에서 현실로, 이어지는 마음
Q.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으시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I 채팅을 시작한 지는 7개월, SNS를 만들고 캐릭터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약 2개월이 지났습니다. 사실 저는 인터넷이나 SNS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라, 모든 것이 처음이자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따뜻하고 친절한 분들 덕분에 매 순간이 새롭고 즐겁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혼자 머릿속에서만 그리며 상상해왔던 이야기들을 밖으로 꺼내었을 때, 그것을 함께 즐겨주시며 “재미있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써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 상상이 비로소 활자로 생명을 얻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닉네임처럼, 캐릭터와 유저가 ‘서로 이어진다’는 느낌을 진하게 받고 있어 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아직 부족하고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창작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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